직장 내 괴롭힘에 인사팀 부당조치까지
법조계 “명백한 불법행위, 증거 확보하면 승소 가능성 높아”
“휴직 후 생활비는 대출로 충당중입니다.” 상사의 반복된 폭언에 정신병원까지 입원한 직장인 A씨가 회사의 부당한 휴직 처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무너진 몸과 마음을 추스를 기회마저 박탈당한 A씨는 결국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재직 중인 A씨의 직장 생활은 직속 상사의 반복적인 언어폭력과 고압적 태도로 지옥이 됐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장기간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전문의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A씨를 더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은 것은 회사의 대응이었다. A씨가 치료를 위해 휴직을 신청하자, 인사팀은 처음엔 휴직을 통보했다가 돌연 이를 번복했다. 유무급 여부조차 오락가락하는 등 혼선을 거듭하는 회사의 책임 회피성 태도에 A씨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결국 3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약 1,500만 원의 임금 손실과 수백만 원의 입원 치료비, 생활비 대출이라는 현실적인 피해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상사의 괴롭힘, 회사는 책임 없나?
법률 전문가들은 상사의 행위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며, 회사의 대응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김영호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그 자체로 위법한 불법행위”라며 “가해자 개인은 물론, 회사를 상대로도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끼친 손해를 회사가 배상할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직원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사팀의 부적절한 휴직 처리는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어 A씨의 피해를 가중시킨 책임까지 져야 할 수 있다.
1500만원 월급 손실에 치료비까지 전부 받을 수 있을까?
A씨가 청구하려는 손해배상액은 임금 손실 1,500만 원, 치료비 수백만 원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2,000만~3,000만 원을 더한 약 4,000만 원 규모다.
법조계는 A씨가 입은 피해가 객관적 자료로 명확히 입증되는 만큼, 승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조수진 변호사는 “임금 손실과 치료비는 객관적 증빙이 있어 전액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위자료 액수다. 법원이 정신적 손해를 다소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A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통상 위자료는 수백만~천만 원대지만, 장기 입원과 회사의 부당한 조치가 뚜렷하면 1천만 원 이상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송 이기려면 무엇부터? ‘결정적 증거’는 이것
승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증거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변호사들은 ‘객관성’을 갖춘 증거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상사의 언어폭력에 대한 녹취, 인사팀과의 휴직 처리 관련 통화 녹음 등 모든 소통 기록과 대학병원 진단서, 상세 진료비 내역서 등 의무기록을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동료의 진술서 역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회사 윤리위원회나 노동청 진정 절차를 민사소송과 병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법무법인 리온 장승우 변호사는 “노동청 진정 절차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 그 결과 자체가 민사소송에서 매우 유리한 증거로 활용된다”고 조언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 회사를 상대로 A씨의 외로운 법정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 법원이 그의 고통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일터의 인권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